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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술 끊어서 고맙다, 예수 믿어서 고맙다.

  • 한나애비
  • 2019-08-12 22: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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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술을 끊은지 한 7년정도 되었을 때이다. 두사람에게서 술을 끊어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한명은 나와 동갑내기 동료이다.  서울에서도 같이 일을 더러 했었고 지방 생활도 같이 했었다. 숙식을 같이하면서 물론 술자리도 함께했었다. 그 친구는 소주 두세잔만 마셔도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체질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었다.

소주 한두잔이 정량이었다. 몸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창피해서 더 이상은 못마신다고 했다.  한 두병도 아니고 한 두잔이라니 그때는 그 친구를 안타까워 했었다.

그 친구는 술을 아주 잘마시는 나를 조금은 부러워하면서도 걱정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 10여년이 지나서 다시 대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지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가 " 남옥씨, 술을  끊어서  정말 고맙다" 고 말했다.

그리곤 왜 고마운지 그 사연을 말하기를,,  나의 술마시는 모습을 보고 자기 마음속으로 내기를 했었다고 한다. 자기 고향 친구들도 술을 꽤나 마시는데, 그 친구들이 먼저일까 남옥씨가 먼저일까 , 술로 누가 먼저 죽을까가 궁금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10여년 만에 살아있는 나를 만나고 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더란다. 자기 고향친구들 네 명은 이미 술병으로 다 죽었다고 한다. 

다른 한명은 고아원 후배이다. 내가 여러모로 도와준 후배이다. 술도 많이 사주고 밥도 많이 사주고 실업상태일 때 이런 저런 일들을 연결시켜주고 같이 일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점점 술에 빠져들수록  후배에게 돈을 자주빌리게 되었다. 술값을 빌리면서 은행의 꺾기 마냥 한 30프로는 술을 샀었다. 그리고 목돈으로 갚고 다시 빌리고 늘 이런일이 반복되었다. 내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술값에 허덕이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연락이 끊겼다.

10여년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만나자 마자 이 친구가 대뜸 " 남옥형!  술 끊어서 고마워" 라고 고백을(?) 했다. 같은 업종의 일을 하기에 내 소식을 들었을 것이고 진짜로 내가 술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내가 술을 끊음으로 이 후배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짠돌이라고 정평이 난 이 친구가 내 딸아이에게 고가(?)의 옷을 사주기도 하고 만나면 밥도 잘 산다.

지난달 고아원 선배의 딸이 결혼을 해서 부천에 다녀왔다. 여러명의 선후배와 그리고 고아원 원장님이 오셨다. 작년에 선후배나 원장님을 30여년만에 만나게 되었다. 이번 자리에서 조심스레 원장님에게 아들 D에 대해 물었다.

D는 나와 동갑내기이다. 원장님에게는 두아들이 있었는데 둘째는 늘 쾌활했다. 원생들과도 잘어울렸었지만 장남인 D는 늘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학업성적에서 나와 비교당해서 그런 것으로 기억한다. 옆집 아이와 비교되는 것도 아니고 고아원 원생과 비교당하니 ,,늘 표정이 어두웠었다. 원장님은 나보고 네가 내 아들이었으면 종겠다고 했었고 아깝다고도 했었다. D와는 이웃한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등하교길에 몇번 마주쳤었는데, 그 때마다 서로 못본척 했었다. 나는 D를 부러웠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야 하는데하고 . 이것이 D와의 마지막 기억이다.

조심스런 내 물음에 원장님이  D는 지금 이집트에 선교사로 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내 마음속에 뭔가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시기심이나 죄책감 보다는  안도의 한숨이랄까..그 친구가 중독에 빠질  소지가 있는데,  혹시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간간이 그 친구 생각이 났었고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D가 예수를 믿고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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